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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꿈

VOL.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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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 깊은 제주 이야기>제주 마을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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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마을 백리백경

태흥3리, 보목리, 상도리, 교래리

제주의 마을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풍경. 백 마디 말보다 백 번의 설명보다 한 장의 풍경 사진이 그 마을을 더 잘 설명해준다.
태흥3리, 보목리, 상도리, 교래리 마을의 한 장면을 만나본다.
글, 사진. 양기훈

태흥3리 검은코지

아이러니하게도
뭍의 질긴 생명력은
이렇듯 자연 그대로의 바닷가에서
극명하게 확인 가능하다.
흙 한 줌 없을 것 같은 바위무더기 틈을 따라
바다로
바다로 향하다
어느 지점에서 좌절의 경계를 이루는.
모습이 단순 대조라
극도의 평안을 주는 곳.
저 풀포기를 닮은 사람들은
여기에 포신당을 쌓고
바다의 신들에게 빌고 있다.
‘고마움을 알고 있으니 노여워 마시라’

보목리 섭섬 해무

앞산처럼 섬을 두고 사는 마을
파초의 꿈이 익어가는 보목리엔
새벽 해무 가득한 날
달려가 볼 일이다.
섭섬의 높이가 사라진 그 무한한 가능성과
시시각각 미묘한 농담의 차이를 통하여
어떤 밀어를 전하는 느낌.
검은 갯바위에 작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는 해무의 발원이며
회귀의 벗이다.
숨겨진 것을 신비라 하고
드러난 것은 식상하나니.
저 섬의 심정은 해무만이 안다.

상도리 밭담

얻은 것에 취하여
잃어버린 것을 망각하는 자들을 위해
백 년 전의 가치를
그대로 간직한 밭담길을
함께 걸어보자.
달라진 것이 없는 길은
단순 보존의 가치가 아니다.
무욕의 세계가
어찌 종교의 범주에만 속하랴.
해가 뜨면 이곳에 와서 일했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듯
이곳에 태어나
평생 이 밭에 땀을 뿌리다 돌아간 곳.
그곳에 계신 분들이 그립다.

교래리 부소오름 남쪽 메밀밭

경이로움은 오히려 제주의 본질이 아니다.
유행가는 요란한 반주로 시작되지만
교향악은 장엄한 서곡으로부터.
교래리의 전체적 느낌이 그러하다.
화음을 중시하는 자연
그런 마음을 옮기는 행위를
찬미하듯
여기 오름과 목초지를 배경으로
너른 메밀밭이 화사하다.
평화는 결코 이념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그냥 이렇게 놔두면 된다.
마파람이 살짝 불어온다.
메밀들이 춤추자
저기 말들이 놀라 내달린다.
작가소개

양기훈

동국대학교 서양미술과 졸업, 제민일보 화백(1989~1990), 제주 MBC 라디오 칼럼 「돌하르방 어드레 감수광」 집필 진행(5,700회), 한라일보 「양기훈의 제주 마을탐방」(2015~2017)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