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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꿈

VOL.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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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젊음의
제주바다 구하기 프로젝트

세이브 제주바다

제주바다는 소비의 대상이다. 갯가 사람들은 바다에 기대어 생계를 이어가고 여행자들은 에메랄드빛 파도에 젖어 낭만을 누린다.
하지만 그 바다를 보존하는데 관심을 갖는 이는 드물다. 갯가에 뒹구는 쓰레기가 보이면 피해갈 뿐이다. 이런 현실이 안타까워 해변으로 장갑을 끼고
나선 이들이 있다. 세이브 제주바다 한주영 대표와 운영진 박순선 씨는 오늘도 해변에 갯가로 밀려온 쓰레기를 묵묵히 줍는다.
글, 사진. 신영철

제주바다의 아름다움을 우리가 지키자!

세이브 제주바다의 인스타그램(@savejejubada)에 공지가 떴다. 단순한 공지 하나에 과연 사람들이 모일까? 반신반의하며 오전 10시에 맞춰 김녕해수욕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샛노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익숙한 몸짓으로 쓰레기봉투를 받아들고 장갑과 집게를 챙겨 거침없이 바다로 향한다. 그들의 표적은 해변으로 몰려든 쓰레기다. 쓰레기를 보며 달가워할 사람은 없다. 그걸 바라보는 보통 사람들의 반응은 ‘누가 저걸 버렸을까? 왜 저걸 방치하고 있지?’라는 푸념일 터다. 세이브 제주바다의 한주영 대표는 푸념보다 행동이 앞섰다. “거창한 생각에서 활동을 시작한 건 아녜요. 불만이 있으면 누군가 그걸 해결해 줄 때까지 기다리기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 해결하면 되잖아요. 지자체에서 그걸 수거할 때까지 기다릴 것 없이 제가 직접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죠.”
세이브 제주바다는 2018년 1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첫 모임은 한 대표를 포함한 2명이 고작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제주바다 구하기 프로젝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의외로 뜨거워서 현재는 6천여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단체로 성장했다. 5월 말까지 총 66회의 바다 정화 활동을 했으며 이들이 수거한 해양 쓰레기는 9.5톤에 이른다.

봉사에 굳이 이유가 필요한가요

바다 정화 활동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다. 봉사활동 점수를 얻기 위해 참여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의 비율이 절반 이상이다. 이중에는 세이브 제주바다의 활동 날짜에 맞춰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육지 사람들도 제법 많다. 성산에 사는 천덕숙 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지인들과 행사에 참여했다. “친목모임에서 우연히 세이브 제주바다에 대한 얘기를 들었어요. 평소 김녕해수욕장을 자주 찾거든요. 내가 사랑하는 바다를 위한 일이라서 반갑게 달려왔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천덕숙 씨의 딸 유현이가 갯바위 틈에서 커다란 페트병 하나를 끙끙거리며 꺼낸다. 엄마에게 칭찬을 들은 아이는 활짝 웃으며 친구들과 함께 곧바로 바다로 들어가 찰방거린다. 제주시에 사는 한영미 씨는 20대의 자녀 김주희·김영규 씨와 함께 바다정화활동에 동참했다. 이들은 세이브 제주바다의 단골 멤버로 지난주에 진행되었던 협재해수욕장 정화활동에도 참여했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쓰레기를 줍는 이유가 뭐냐 묻자 두 젊은이가 오히려 반문한다. “봉사에 굳이 이유가 필요한가요?”

궁극적인 목표는 에코 라이프

멀리서 보면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제주바다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쓰레기 투성이다. 갯바위 틈마다 페트병과 그물이 가득하다. 태풍이라도 들이닥치고 나면 제주바다는 그야말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특히 성산일출봉 아랫자락의 광치기해변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밀려온 쓰레기가 켜켜이 쌓인다. 그렇다고 남의 탓만 할 수는 없다. 백제 무령왕의 탄생지로 알려진 일본의 가카라섬 해변은 파도가 거센 다음 날이면 한국에서 몰려온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한 대표는 쓰레기 줍기가 해양 오염을 해결하는데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행사를 계속하는 건 미래에 대한 희망 때문이다.
“이렇게 정화활동을 해도 밀물이 몰려오면 김녕 바다는 다시 쓰레기로 몸살을 앓을 거예요. 그럼에도 우리의 바다 정화 활동은 계속될 겁니다. 저는 어린이들이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특히 기뻐요. 고사리 손으로 쓰레기를 주워봤자 얼마나 줍겠어요? 하지만 부모와 함께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봉사의 삶이 몸에 배겠죠. 또 가지각색의 쓰레기를 주우며 우리가 편히 살려고 사용하는 것들이 얼마나 바다를 피폐하게 하는지 깨닫게 되고요. 생활 쓰레기의 재활용 비율은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궁극적으로 해양 오염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에코 라이프를 지향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는 걸 행사에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거예요.”

제주바다 지킴이, 가지를 뻗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일이라도 코로나19를 비껴갈 수는 없었다. 꾸준히 계속되던 세이브 제주바다의 정화 활동도 코로나19의 진행 상황에 따라 잠시 보류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렇다고 날로 더러워지는 바다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한 대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해양쓰레기 셀프 클린하우스를 준비 중이다.
“청소를 꼭 정해진 날짜에, 단체로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지자체의 협조를 얻어 김녕해수욕장에서 해양쓰레기 셀프 클린하우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려고 합니다. 원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누구라도 쓰레기봉투를 가져가 정화활동을 한 후 결과물을 클린하우스에 두고 가면 됩니다. 이렇게 모은 해양쓰레기는 지자체에서 수거해 갈 거예요.”
세이브 제주바다는 제주특별자치도에 등록된 단체지만 활동하는데 필요한 대부분의 경비를 운영진의 사비로 조달하고 있다. 다행히 이들의 취지에 공감한 이들의 후원이 조금씩 늘고 있다. 최근에는 한 기업의 후원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환경교육자료도 제작하고 있다. 요즘 선풍적으로 유행하는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처럼 유튜브를 통해 ‘세이브 제주바다 챌린지’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종종 받는다. 이들의 활동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면서 제주바다를 지키기 위한 가지각색의 아이디어도 함께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