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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꿈

VOL.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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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가 만드는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

애월읍 마을학교
‘이음문방구’ 안재홍 이사장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애월읍 납읍리의 마을학교 ‘이음문방구’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온 마을이 학교가 되고 마을 사람 누구나 선생님이 된다.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의 안재홍 이사장은
마을 조합원들과 함께 마을 전체를 배움의 나눔터로 만들어 가고 있다.
글. 권내리 / 사진. 정익환

아이들에게 활짝 열려있는 유쾌한 ‘이음문방구’

“하나, 둘, 셋, 넷!” 경쾌한 댄스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아이들, 곧잘 따라 하다가도 음악이 끝나면 금세 장난기가 발동한다. 다시 음악이 나오면 언제 그랬나 싶게 진지하게 춤을 춘다. “오, 이거 오늘만 하면 다 떼겠는데?” 선생님의 칭찬에 또 아이들이 시끌벅적해진다. 겨울방학동안 ‘이음문방구’에서 진행하는 보이댄스교실 시간이다. ‘이음문방구’에서 진행하는 수업은 이것만이 아니다. 초등학생들을 위한 회화미술수업, 연극수업 등 겨울방학 특강으로 마련된 수업 안내가 문 앞에 나란히 붙어 있다. 모두 이곳 애월읍 납읍리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수업들이다.
“이 공간에서는 모든 것을 아이들의 자율에 맡기고 있어요. 언제든 뛰어놀 수 있고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배울 수 있습니다. 학교에 가기 싫으면 여기로 와서 숨어도 돼요. 힘들고 답답할 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잖아요. 아이들이 커서도 힘든 일이 있을 때 이곳이 생각나서 잠시 들러 쉬어갈 수있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곳을 운영하는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의 안재홍 이사장은 ‘지금은 초등학생만 참여하지만 이 아이들이 성장해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싶다’고 덧붙인다.

부모가 직접 만든 아이들을 위한 교육 공동체

안재홍 이사장은 납읍리의 정겨운 옛 정취가 좋아 9년 전 이곳에 정착했다. 원하던 삶이었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고민되는 점이 적지 않았다. 뭔가 하나 배우고 싶어도 차를 타고 30분씩 나가야 하니 엄두를 내지 못했다. 특히 문화예술 교육은 더욱 어려웠다. 오롯이 지역 초등학교에 의지할 수밖에 없지만 공교육이 모든 아이들을 품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같은 고민을 하던 마을의 다섯 가족이 힘을 합쳐 2016년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을 시작했다.
조합원들의 손으로 직접 꾸민 ‘이음문방구’는 실제 문방구점은 아니다. 다양한 장난감이 가득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인 문방구처럼 아이들이 즐겁게 놀다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한켠에는 아담한 서점인 ‘그리고 서점’이 있고 인근에 문방구점이 없어 불편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문구류도 판매한다. 1층의 다목적실은 댄스, 연기 등 다양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있고 2층의 작은도서관은 다양한 책들과 함께 아이들이 함께 자유롭게 놀고 숙제도 할 수 있다.

공교육과 소통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꿈꾸다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학부모가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함께 참여하고 고민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교양강좌도 운영한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는 시간에는 어른들을 위한 요가교실, 팬플룻교실 등도 운영한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자유롭게 배우고 이용할 수 있는 복합공간인 셈이다. 마을 아이들을 위한 교육 공동체로 시작한 ‘이음’은 5년차인 지금 준조합원까지 100가족이 넘어설 만큼 호응도 높다. “처음에는 대안학교를 만드는 것도 고민했지만 지금 우리에 맞는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 학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서비스가 충족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교육협동조합을 만들게 됐죠. 공교육의 틀 안에서 드나듦이 자유롭게 되고 소통하면 아이들의 교육의 질도 높아지고 공교육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요. 궁극적으로 공교육이 바뀌어야 우리나라의 교육이 바뀌는 것이니까요.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소통하고 교류하다 보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 전체가 배움의 나눔터가 되기를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공간인 덕에 할 수 있는 일도 무궁무진하다. 안재홍 이사장은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경계 없는 배움’에 대한 실험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옆집이 학교가 되고 마을 주민이 선생님이 되는 ‘이음 클래스’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귤 농사를 짓는 마을 주민이 선생님이 되고 아이들이 매주 자기에게 맡겨진 귤나무를 돌보며 수확과 귤 판매까지 해볼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사진작가인 마을 주민이 자기 집 암실을 개방해 아이들에게 필름 카메라를 가르쳐주기도 하고 마을의 옛 모습을 잘 아는 어르신들이 마을 곳곳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학교와 마을이 경계 없이 배움을 나누는 교육 공동체. 이것이 안재홍 이사장이 꿈꾸는 ‘이음’의 미래다. “마을 전체가 배움의 나눔터가 되었으면 합니다. 어른이 아이에게 배우고 선생님도 학생에게 배울 수 있는 곳, 마을의 모두가 서로에게 배움을 줄 수 있는 곳. 한 마디로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가 되는 거죠. 교육의 벽을 허물어서 학교의 안과 밖, 이웃과 이웃이 연결되어 마을이 하나의 커다란 교육 공동체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이곳 ‘이음문방구’가 자기 재능을 마음껏 발휘해서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교육의 지경이 더 넓어지는 작은 촉매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